고객들의 손은 두 개 뿐이라는 걸 겨울의 백화점도 알았으면 좋겠다. (부제:쇼핑의과학 part1)

연말 저녁모임에 입을 옷을 사려고 백화점에 갔던 며칠 전의 몹시 추운 날, 코트는 물론이고 머플러에 장갑으로 무장한 채 들어서서 식품관 한쪽의 물품 보관소부터 찾았다. 옷가지들을 맡겨놓고 편히 쇼핑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보관소 안내글 어디에도 옷에 대한 문구는 없어서, 설마하며 담당직원에게 "코트도 맡아주죠?" 물었더니,
"쇼핑백에 담아오시면 가능합니다" 란다.
그러니까 고객들이 입고 온 아우터의 보관 기능은 없고, 쇼핑백에 담으면 다른 짐들과 마찬가지로 취급이 가능하다는 뜻인거다.

쇼핑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쇼핑백이 있을 리 없으니
결국 코트는 입고 머플러+장갑+휴대폰+지갑을 손에 들거나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시작한 쇼핑은 금방 지쳤다.
한 개 매장에서 옷 한 번 입어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화점쇼핑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치 금방 나와버렸다.
물론, 시작부터 융통성없던 서비스가 맘에 안 들어, 소비할 마음이 별로 안 생긴 탓도 부인할 수 없고.
(코트 보관을 해줄 수 없다는 상황에 난색을 표하는 게 보이면 쇼핑백쯤 하나 구해서 맡아주는 정도의 융통성만 담당직원에게 있었어도 어쩌면 코트보관서비스를 제공할 때 이상으로 만족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그날 오후 읽던 책(쇼핑의과학)에서 딱, 내 그런 상황을 반영한 내용이 있었다!

"인간의 보편성이 만드는 쇼핑의 과학 - 고객의 손을 자유롭게 하라"

쇼퍼들이 2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는 물리적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내재된 함축적 의미는 상상되지도 감지되지도 고려되지도 않으며, 무시된다.

매장의 손님들을 눈치채지 않도록,그러나 매우 근거리에서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를 따라다니며 동선과 사소한 움직임 (가격표를 들춰보는 시간과 횟수라든지) 등을 관찰하는 '추적자'의 개념을 도입해
이른바 쇼핑의 과학을 만들어낸 인바이로셀(Envirosell)의 CEO 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의 이 책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으나 한 번도 검증하지 않았던 오류를 보여주거나,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무시당했던 오류를 짚고 있다.

이를테면, 2개의 손의 경우만 해도 이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Case 1.
마트에 들어서면서 오늘 살 물건을 정확히 예측하고 딱 그만큼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음에도 바구니는 매장입구에만 있어서, 바구니를 들고들어오지 않은 고객이 더 사고자해도 손이 모자라 못사는 경우가 있다.
→ 바구니의 위치는 매장입구만이 아니라, 매장 곳곳에 비치해야 하고, 실제 고객들이 바구니를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해 수시로 그 위치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Case2.
(맨해튼의 올드네이비)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상품을 담을 (바구니가 아닌) 망사 쇼핑백을 일일이 건네주는데, 쇼핑이 편할 뿐 아니라 고객들이 계산할 때 점원이 쇼핑백 구매여부를 물으면 대부분 구매하겠다고 해 쇼핑백 매상까지 추가된다.

Case3.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상품을 직접 들고다니는 게 아니라, 계산 후 'will-call desk'에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빈손으로 쇼핑을 마치고 매장을 나가면서 desk에서 한꺼번에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콜시스템!


그런데 나는 왜 겨울의 백화점은 당연히 코트 보관서비스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걸까?
그 백화점만 안 하는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작은 백화점이 아니고 (=잠실 롯데)... 공항이나 호텔컨퍼런스에서 만났던 서비스를 헷갈렸던 모양인데 다시 생각해도 이런 서비스의 부재는 아쉽다.


스마트픽?
고객의 손을 자유롭게 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닷컴의 스마트픽이 그런 역할을 해줄수 있지 않나 싶다.

url : http://www.lotte.com/display/viewSmartHome.lotte

온라인쇼핑몰의 불가피한 단점으로 여겼던 '상품을 입어보거나 만져보지 못해 아쉽다'는 사실을 뒤집은 서비스.
'결국 매장에 가야 하면 그냥 백화점 쇼핑을 하지 뭐가 달라?' 싶다면, 온라인쇼핑을 잘 안 하는 사람이 분명하다~!
내가 원하는 조건의 상품을 브랜드와 무관하게 한 자리에 필터링해놓고 가능한 많이 보던 기세로 매장을 돌아다니려니 막상 백화점에 가면 처음엔 재밌지만 금방 힘들다. 
온라인만큼 할인혜택도 적고.

온라인의 잇점을 그대로 적용해서 결제까지 마치고, 매장에서 상품 실물을 확인한 후에 가져오는 시스템.
(서비스 의도는 참 좋은데 실상 구매가능한 상품은 너무 적어서 실제 구매까지 해본 적은 없음 ㅡㅡ;; )

온라인에서 산 물건과 매장에서 구매한 물건등을 픽업하는 별도의 공간이 백화점 내에 마련되어 온/오프 양쪽의 will-call desk 역할을 해줘도 좋을 것 같다.
더 나아가 프라이빗쇼퍼와 함께하는 VIP처럼, 온라인으로 찜한 물건을 모아 직접 본 뒤에 그 자리에서 선택하고 결제하는 방식은?
이런 것, 백화점이 직접 온/오프를 모두 직접 운영하는 사업모델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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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astar 2011/12/28 20:37 # 답글

    물품보관소는 말그대로 물품보관소 입니다.
    왜 코트를 보관해주지 않는지, 직원이 융통성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는 뻔하죠.
    책임을 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니까요.
    고객이 개인물품을 보관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혹여 모를 문제에 대비해 백화점측은 몸을 사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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